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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논밭상점] 2019 고구마 판매종료
작성자 논밭상점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0-04-27 22: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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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07





이런 날이 오긴 옵니다. 모양새가 어떠냐가 다르지, 끝은 있기 마련이지요.


 농업을 한다는 건 농산물을 잘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잘 파는 것까지입니다. 농사를 잘 짓기만 해도, 잘 파는 기술만 발휘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도 일이 넘쳐나고, 이미 젊은 세대는 농촌을 등진지 오래라 유통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냥 시장에 맡기는 거지요. 그래서 원료,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 생산단가를 따져서 생산비를 정하는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선 생산비보장, 후 시장가 조정이라는 원칙이 없이 시장(유통)에서 가격을 정하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농사의 주변부를 서성이는 저는 남편에게 가끔 ‘그냥 싸게라도 넘겨버려’ 했다가 레이저 눈빛을 받곤 했습니다. 그에게 농산물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된 거지요. 남편에게 농산물은 그렇게 훅 넘겨 벌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초제를 안 해서 잡초가 무성해지거나 농약을 안 해 병이 퍼지면, 더 못나지기 전에 내 손으로 갈아엎을망정 아무에게나 넘겨버릴 수는 없는 그 무엇입니다.


이는 곧 생산비에 대한 남편의 기준으로 연결됩니다. 생산비는 곧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디딤돌이 되니까 말이죠. 지금 여기서 지키지 않으면 농업 생산비의 기준이 깨지고, 농민들은 생산비도 못 건지고, 그러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오게 된다는 것이지요. 싸게라도 넘겨버리는 건 남편에게는 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상황, 농사로 더 이상 가장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 중 가장 나쁜 경우의 수입니다.


 남편은 생산비보장을 위해 여러 유통망을 전전했지만, 결국 잘 파는 기술을 최우선에 두는 상황에 절망하곤 했습니다. 마침 젊은 딸이 농업을 한다고 귀향을 했고, 아빠는 유통을 하되 농업을 절대 놓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딸은 낮엔 농사를 짓고 밤엔 유통일을 합니다. 밤낮없이, 휴일도 없이 일하는 딸이 안 돼서 속이 상하지만 덕분에 이런 날이 왔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젊은 인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농가들은 아직도 생산비를 따지지도 농산물 가격을 정하지도 못합니다. 평생 을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갑이 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동등하고 공정하길 바랄뿐입니다. 


 비어가는 고구마 창고에서 6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며 만감이 교차해 두서없는 글을 썼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일찍 수확한다며 4월 17일에 첫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별일이 없다면 8월 말부터 출하가 가능하고, 그때 전 다시 고구마 창고생활을 시작하게 될 터입니다. 물론 세상만사 별일이 많아 뭐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요. 그동안 부족한 포장솜씨에도 넉넉한 아량으로 받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20년 4월 

온기를 담은 포장을 꿈꾸는 포장요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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