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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의 브로콜리밭은 제가 시골로 내려와 맨 처음 농사지은 땅이었어요. 반달 모양이라 반달 밭이라고 이름을 붙였었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경운기에 저 태우고 다니면서 농사짓던 밭이기도 해요. 농사꾼들에게서 길러진 전 밭고랑에서 자는 아기였대요.
6월, 요즘 같은 계절을 우린 농산물이 쏟아지는 시기라고 불러요. 마늘도 쏟아지고, 상추도 쏟아지고, 곧 감자와 양파도 쏟아지고. 고모 농장에는 브로콜리가 쏟아진다나요, 글쎄. 논밭은 작물로 계절을 말하는 곳이니까, 이참에 브로콜리 소개도 좋겠다 싶었어요. 주변에서 많이 농사짓지만 누가 브로콜리를 이렇게 잔뜩 사 먹을 수 있겠어? 라며 엄두를 내지 못했거든요. 그런 작물이 몇 가지 있어요. 커다란 양배추 한 상자, 늙은 오이 한 상자 같은 것들이요.
아무튼, 가봤죠. 고모의 브로콜리밭에. 그런데 이게 웬걸. 제가 아는 브로콜리는 잘 다듬어진 회양목 아니면 뭉게구름 같았는데, 고모 건 그렇지 않은 거예요. 동그랗지도 않고 초록보다는 연둣빛, 드문드문 보이는 진녹색은 때깔이 안 났어요. 거침없이 물어봤죠. 색도 그렇고, 왜 이렇게 작아? 거름이 부족했던 건 아냐?
“거름을 부족하게 넣은 건 아닌데, 얘네가 덜 빨아들인 건 맞는 것 같아. 초록색이 되려면 잎이 크게 자라 브로콜리에 그늘이 되어주어야 하거든. 그런데 거름을 덜 빨아들여서 잎이 작았던 거지. 또 더우니까 금세 꽃이 필 것 같은 거야. 동그랗게 더 크면 좋았을 텐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서 조금 작았을 때 수확하는 거야.”
그렇다고 비품은 아닌, 때깔 안 나는 정품 브로콜리. 이걸 논밭에 소개해도 되는 걸지 너무 고민이 돼서, 종일 때깔 안 나는 고모네 정품 브로콜리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농사를 말하면서도 때깔의 기준을 두는 것이 맞을까, 하지만 거름을 잘 빨아들이지 못한 건 농사 착오가 아닌가, 변화무쌍한 날씨 앞에 착오 없이 예측대로 농사짓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같은 질문들을 계속해 던졌죠.
결론은 소개해보자. 고모의 브로콜리로 우리도 몰랐던 농사 이야기를 전하는 기회도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고모의 브로콜리는 1번, 작아요. 꽃이 피기 전에 수확했어야 했거든요. 작다고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개수가 아니라 kg로 맞춰 보내드릴 거예요. 요즘 진짜 덥잖아요. 우리가 농사짓는 쌈채류도 꽃이 얼마나 금방 피는지 몰라요. 저온에서 잘 자라는 브로콜리는 꽃봉오리를 먹는 건데, 꽃 피는 속도가 얼마나 더 빠르겠어요. 2번, 진한 초록이 아니에요. 연두 초록 진초록 등 울긋불긋해요. 잎이 작게 자랐고, 마침 날씨가 너무 더워진 게 이유예요. 크고 잘 뻗은 잎이 브로콜리 꽃망울을 감싸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죠. 뜨거운 직사광선을 바로 맞아 버렸어요.
뭉게구름 같지는 않지만, 고모가 열심히 농사지은 유기농 브로콜리 팝니다. 생협에 정품으로 내고 있는데, 다들 브로콜리가 쏟아지는지 가능하다면 농부들이 판로를 뚫어 각개전투를 해보라고 했대요. 수확을 앞둔 브로콜리가 많아 논밭상점에서도 소개하기로 했어요. 고모의 브로콜리는 주문 주시면 밭에서 바로 수확해 보내드릴 거예요. 음,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논밭을 신뢰하는 분만 주문해주세요. 이거 오래된 거 아니야? 라고 하실 분은 죄송하지만, 우리 다음 기회에 만나요. 글이 길어졌어요.
아무튼, 결론은 브로콜리밭에 어서 오시라는 거예요. 어서 오세요! 브로콜리밭에.